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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부터 쳐다본다
강정숙
2011년 02월 14일 15:18 【글자 크게 복원 작게】【메모】【프린트】【창닫기

아침부터 엄마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점심에 입쌀떡만두를 할테니 먹으러 오라고 하였다. 여든을 바라보는 엄마지만 지금도 색다른 음식을 할때면 우리 자식들을 불러들인다. 나는 인차 간다고 대답하고는 어쩌구려 미적거리다보니 11시가 다 되여서야 엄마집에 들어섰다. 문을 두드리기 바쁘게 아버지가 문을 열어주며 내 핸드빽을 받았다.

주방에서 입쌀떡만두를 빚는데 엄마가 눈시울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

“아버지는 아까 두어시간전부터 창문에 붙어서서 너들이 오는가 큰길쪽을 내다본다. 이제 앞날이 멀지 않으니까 저러는 모양이다.”

붉어진 엄마의 눈시울과 이제 맥없이 처지고 구부정한 아버지의 뒤모습을 바라보면서 내 코등도 찡해났다. 다섯 남매중 세 자매가 부모와 함께 연길시에 살고있기에 나름 부모집에 자주 들르는 편이지만 가기전에 전화로 간다고 알린 날이면 아버지는 이렇게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창문에 붙어서서 우리가 오는 큰길쪽을 내처 바라보고계신다고 하였다. 부모집에 갔다가 늦은 시간 집으로 돌아오면 잘 도착했다고 전화를 드리는데 어쩌다 깜빡 잊어버리고 전화를 드리지 않는 날이면 아버지는 또 나한테 전화를 걸어와 집에 무사히 도착했냐고 물어오고 잘 도착했다고 하면 “그럼 잘 자거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부모와는 이제 거의 30년을 떨어져 살았지만 지금도 나는 부모집에 갈갈때 어릴 때 멀리서 우리집 굴뚝부터 쳐다보듯이 부모집 창문을 쳐다보게 된다. 왠지 그 집에서 엄마가 나를 기다리고있다고 생각하면 한결 마음이 든든하고 걸음이 빨라진다.

어릴 때 나는 하학하여 집으로 돌아갈 때면 멀리에서 우리집 굴뚝부터 쳐다보았다.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여오르는 굴뚝을 쳐다보노라면 꽁꽁 얼었던 손도 금시 따뜻해지며 “엄마가 집에 있구나!” 하는 마음에 저도 모르게 달음박질쳤다. 혹여 어쩌다 굴뚝이 멀쩡하니 서있으면 마음은 그지없이 서운하고 허전하여 공연히 돌뿌리만 걷어차고 온갖 장난질을 해가면서 집가는 길이 한없이 길어지군 하였다.

그만큼 엄마는 내 마음의 믿음이고 내가 기대고섰는 기둥이고 언제나 쳐다보게 되는 마음의 태양같은 존재였다. 나에게 엄마는 집이고 집은 곧 엄마였다. 엄마 없는 삶이란 좀처럼 상상할수도 없는 일이였다.

어느날 집을 멀리 떠나 북경으로 대학공부를 가게 되자 다시는 하얀 연기 피여오르는 우리집 굴뚝을 쳐다볼수 없게 되였다. 4교시가 끝나기도전에 배에서는 어느덧 꼬르륵 지청구하고 끼니마다 늘 배부르게 먹지만 돌아앉으면 늘 허기졌다. 엄마의 밥이 아닌 남의 밥은 항상 그렇게 허기만 불러왔다. 허기진 배만큼 마음도 더없이 허전하고 처연하고 망연하기만 하였다.

20대까지도 항상 엄마만 쳐다보는 철모르기였던 나였지만 인생의 섭리인지라 어느날 어쩔수 없이 결혼하고 아이 낳고 엄마가 되였다. 나도 이젠 아아가 아닌 엄마였지만 퇴근하여 집으로 돌아올 때면 습관처럼 멀리에서 우리집 창문부터 쳐다보았다. 이제 내가 그 집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그 누군가의 마음의 기둥이고 믿음이고 태양같은 존재여야 했지만 그래도 나는 누군가가 기다려주기를 기대하면서 늘 창문을 쳐다보았다. 유리창이 환히 밝아있으면 날 기다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기쁨에 직장에서 언짢은 일로 어두워졌던 마음도 홀제 환해지며 금시 기분이 개운해졌다.

하지만 나에게도 나를 쳐다보고 나에게 기대서는 사랑스런“부담”이 있었다.

“오늘은 왜 창문으로 내가 오는걸 내다보지 않았습니까?”

어느날 하학하여 집에 돌아온 딸애가 뾰로통해서 자기가 오는걸 창문으로 내다보지 않았다고 불만이였다. 딸애는 차에서 내릴 때부터 큰길옆에 있는 우리집 3층 창문부터 쳐다본단다. 딸애가 집에 들어설 시간을 맞춰 늘 창문에 붙어서서 딸애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던 나였다.

나를 쳐다보는 행복한 “부담”인 딸애가 있으면서부터 나는 이제 더는 타인을 쳐다보고 타인에게 기대고 타인을 내 마음의 기둥으로 믿으면서 사는 오로지 기대임의 삶이 아님을 절실히 느꼈다. 딸애는 나를 쳐다보고있었다. 나는 그애앞에서 반드시 해빛을 가려주는 뿌리 깊은 큰 나무여야 하고 비를 막아주는 우산이여야 하고 추위와 바람을 막아주는 따뜻한 집이여야 하였다. 엄마가 되면서부터 나는 비로서 아이가 아닌, 누군가의 보호에서 벗어난 나 스스로의 어른이 되였고 인생은 누군가에게 기대여 묻어가는것이 아니라 홀로 가는것이라고 느꼈다. 딸애는 나에게 삶을 알게 하였던것이다.

하지만 불혹의 나이를 넘고 지천명에 가까워오면서 다시 느끼게 되는 삶, 인간은 역시 사람 “인(人)”자라는 글 모양과 같이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고 의지하고 바라보면서 살아가는 동물임을 새삼스레 느끼게 된다. 내가 딸애의 기둥이 되여 엄마로 숨가쁘게 사는 동안에도 나는 늘 년로한 내 엄마한테 기대고 엄마집 창문을 쳐다보고있었고 아버지 역시 늘 그 창문에서 그 창문을 바라보고있는 우리 자식들을 기다리고 내다보고있었던것이다. 사람들은 아마 다 그렇게 살아가고있는것이리라.

  래원: 인민넷 (편집: 김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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