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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하며 감동을 만들며
강정숙
2011년 02월 14일 15:17 【글자 크게 복원 작게】【메모】【프린트】【창닫기

알락달락 이쁜 옷 입고 각가지 명품신을 신고 학교로 가는 소학생들을 보면서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겠지 하면서도 덕지덕지 기운 옷 입고 앞코숭이 쑥 빠진 고무신을 신고 학교 가던 내 어린 시절을 기감하게 느껴본적은 없었다. 슈퍼에서 넘치는 여러가지 맛나는 과자, 음료들을 딸애한테 사주면서 강낭떡도 배불리 먹지 못한 내 어린시절을 결코 슬프게 생각한적도 없었다.

하지만 언젠가 딸애랑 딸애 친구랑 같이 체육관에서 한국과 대만 그리고 연변의 유명스타들이 공연하는 문예절목을 보면서 나는 우리 세대 어린시절의 무미건조함과 지나친 리성에 진정으로 슬퍼졌다.

스타들이 무대에서 노래하면 관중석이 다같이 가수가 되여 목청 높이 열창했다. 스타가 무대에서 그 자체의 특유한 몸짓을 하고 춤을 추면 관중석은 휘파람소리와 환호소리로 뒤번졌다. 신세대들이 좋아하는 스타가 히트곡을 열창하면 관중석은 전체 기립하여 합창을 하면서 손벽치고 스타와 함께 몸을 흔들고 스타이름을 부르고 “오빠”를 련발하며 열광했다. 내 딸애와 딸애 친구, 그리고 체육관의 그 많은 신세대들이 감동하고 스타와 함게 열광하고 “미쳐있는” 그 돌풍같은 풍경이 결코 이상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나 자신도 저도 모르게 그 바람속에 휘말려 조금은 흥얼거리고 손벽치고 몸을 좌우로 흔들거리게 되였던것이다. 다만 어찌 내 딸또래들과 같은 정도로 주책없이 흥분하랴 싶어 조금은 점잔을 빼면서 자신을 극히 눅잦혔을뿐이다. 감동과 흥분의 여운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내 딸애들 세대가 부러워지고 우리 세대의 어린시절이 비감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청소년시절을 감동이 없는 시대를 살아왔다. 우리 선배들은 “문화대혁명”이라는 폭풍과 같은 시대를 경과했기에 좋게든 나쁘게든 그 폭풍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격정적으로 무언가에 혼신을 투입시켜 열중했었던 경력들을 대부분 갖고있다. 결과적으로 그것이 비극이였든 희극이였든지를 막론하고 어쨌든 극적인 인생의 한단계를 살아왔다는 점에서 삶이 보다 풍부해진게 아닐가.

“문화대혁명”의 세례를 경과하지 못한 우리 세대를 많은 사람들은 시대의 행운아라고 한다. 사회적으로 대학생의 위치가 가장 값졌던 1980년대에 입학하고 졸업하여 대학생의 오기를 한껏 부려보기도 하였다. 히자만 우리는 또 가장 랑만적이고 격정적인 청소년시절을 상대적으로 가장 리성적인 시기에 흘러보냈다.

뢰봉, 류호란, 장사덕 등 영웅인물을 따라배우는 활동에서도 다만 영웅인물에 대한 순수한 숭배사상외에는 그 어떤 감성적인 정감이 없었다.

인생에서 가장 황금시기라고 일컬으는 대학시절에도 학교에서는 련애가 금지되여있었기에 그처럼 아름다운 랑만이 넘칠것 같은 교정에서도 사랑스토리 한토막 엮어내지 못했다. 한마디로 랑만이 없고 감성이 없는 극히 리성적인 대학시절이였다. 때는 지금처럼 스타추종바람이 돌풍 같지가 않았다. 내가 다닌 대학 중문학부의 한 녀학생이 프랑스 영화배우 아란 덜룬을 좋아한 나머지 침대벽에 온통 그이 사진을 붙였다는것과 아란 덜룬이 리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제 나에게도 기회가 왔다”며 감탄하더라는 에피소드가 녀학생기숙사에 전해졌었다. 긜고 담장너머 지나가는 신부 꽃가마 구경하듯 일본의 야마구찌 모모에와 미우라 도모가즈가 합작출연한 드라마의 생사사랑이야기에 심취해 어느날인가 우리도 사랑을 하게 되면 그들처럼 아름답게 랑만적으로 사랑하리라 망상하고있었다. 그리고는 야마구찌 모모에가 쓴 자서전을 돌려가면서 밤새워 읽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신세대들처럼 스타의 년령, 키,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동물 등등 생활세절이거나 그의 히트곡, 춤동작에 이르기까지 좋아하고 모방하고 스타의 VCD를 풀어놓고 함께 감동하고 열창하는 정도에까지 미치지는 못했다. 우리가 살았던 시대환경이 그런 감동을 만들수가 없었다. 우리의 사상과 행위는 여러 방면의 제한을 받고있었기에 해빛처럼 내놓고 누군가를 좋아할수 있는 용기도 없었고 또 누구도 리해해주려 하지 않았다. 다행히 당시 우리 학급 반주임을 맡았던 녀선생님이 야마구찌 모모에가 어느 TV드라마에 출연하였을 때 입었던 그런 디자인 치마를 손수 해주어서 한껏 멋을 부리며 입었었다. 그것이 우리가 야마구찌 모모에를 얼마나 좋아하는가 하는 표징이 되였다.

무엇에 투입하여 감동하고 열광한다는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다. 요즘 우리 어른들은 감동불감증에라도 걸렸는지 웬만해서는 감동할줄 모른다. 무엇이나 너무 실용적이고 능률적인것만 추구하다보니 극히 리기적이고 감동할줄 모르는 목석 같은 인간으로 변해버렸다. 신세대들처럼 아무런 사심도 없이 순수하게 그 노래를 좋아기때문에 그 스타를 좋아하고 그 스타를 좋아하기때문에 그의 노래, 지어 그의 약점까지도 좋아하고 그의 노래를 열창하고…

아무리 드바쁜 일상일지라도 출근하는 길에 또 퇴근하는 길에 하루에 한번쯤은 단순하고 순진한 마음으로 감동을 해봄이 어떨가. 어른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또는 쑥스럽다는 생각도 버리고 어린아기처럼 꽃나무에 앉은 나비를 보고 또는 길가에 피여있는 꽃을 보면서 감탄을 하고 감동을 하고… 지나가는 나그네 저 사람 좀 돌지 않았나 하고 이상한 눈길로 쳐다보아도 괜찮다. 그러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고 이쁜것들이 많고도 많다. 한평생이 아니라 몇평생을 살아도 정말로 살아볼만한 세상이다. 살아가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구태여 시간을 내고 어떤 술자리를 마련해 해소할 필요가 없어진다.

언젠가 딸이 나보고 자기는 이다음 절대 엄마처럼은 안 산다고 하였다. 엄마가 사는게 어때서 하고 물으니 엄마는 너무 피곤하게 산단다. 그리고 나보고 언제나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단다. 내가 엄마여서 그런게 아니라 어른이기때문에 아이들한테 극히 단순한것도 굳이 어른의 복잡한 사유대로 생각하니 피곤해질수밖에.

자그마한 일에도 감동을 하면 나자신이 아름다와진다. 하다못해 오늘 가을해빛이 너무 찬란하여 내 마음도 유난히 찬란하고 오가는 사람들의 마음도 가을하늘처럼 티없이 맑으리라고 감동을 해보면 어느새인가 나는 가을국화처럼 화사한 아름다운 사람으로 변해있다는것을 발견하게 될것이다.

《도라지》2002년 제5호 발표

  래원: 인민넷 (편집: 김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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