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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를 하는 행복한 글쟁이 김훈

2012년 10월 23일 09:15【글자 크게 복원 작게】【메모】【프린트】【창닫기

젊은 시절의 김훈.

인터뷰를 앞두고 그에게 그간 창작한 작품명단과 수상경력 등을 부탁했다. 그는 지난세기 80년대 조선족문단에서 내노라 했던 글쟁이이었다. 그럴지라도 나중에 글자가 빼곡히 적힌 A4용지를 무려 18페이지나 받고 일순간 당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취재기사라는 작은 소쿠리 하나에 어느것부터 또 어떻게 주어 담아야 할지 망연했다.

이러니저러니 김훈에게는 작가라기보다 잡가(雜家)라는 이름이 걸맞을것 같았다. 그는 소설가, 연극작가, 영화작가, 칼럼니스트, 방송기자 등 수두룩한 명찰을 달고 있었기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알고있던 그런 글쟁이의 이미지를 마구 헝클어뜨리고있었다.

그런데 그는 이런 수두룩한 명찰에도 불구하고 시와는 전혀 인연이 없는듯 하였다. 작품집은 십여권이나 되였지만 시는 단 한수도 없기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첫 작품은 후날 이름을 날리게 된 극본도 소설도 아닌 시였다고 한다.

“시로 시작했다구요? 그럼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게 아닙니까?”

솔직히 누구라도 선참 떠올리게 되는 물음이 아닐지 한다. 그의 아버지가 바로 중국 조선족시단에서 거두로 평가받는 김철시인이기때문이다. 그런데 글의 화제에 아버지가 오르자 김훈은 별로 달가운 기색이 아니였다. 후문이지만 그에게 아버지는 마냥 긍지를 느끼면서도 또 제일 꺼리는 명사였던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적지 않더군요. 아버지가 너무 유명해서 그런것 같아요.”

아버지의 이름과 한데 이어놓을 때면 김훈은 어쩔수 없이 김철시인이라는 이 거목의 그림자에 묻히는 왜소한 아들의 자기를 새삼스레 느껴야 한단다.

사실 그가 글을 시작할 때 아버지가 그에게 준게 있었다면 반동의 자식이라는 이름뿐이였다. 김훈이 첫 작품을 쓸 때 아버지는 “반동학술 권위”요, “조선특무”요 하는 감투를 쓰고 수감되여 있었다. 김훈은 반동의 아버지때문에 주위에서 따돌림을 받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때는 누구도 웬만하면 빠질수 없었던 생산대의 회의에 참석할 자격조차 없었다고 한다.

래원: 인민넷 (편집: 김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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