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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칼럼

[정음문화칼럼183] 조선족음식문화의 발전과 변화

최선향(장강사범학원)

2021년 12월 30일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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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동지(冬至)라고 고등학교 동창들이 위챗그룹에서 오늘 만두를 먹었느니, 동지팥죽을 해 먹었느니 하면서 사진도 올리고 명절을 즐기는 분위기다. 광주에 사는 동창은 교자를 먹었다고 하고, 북경에 사는 친구는 아침 일찍 팥죽을 끓이며 펄펄 끓고 있는 팥죽을 동영상으로 찍어 올렸다. 사는 곳은 달라도 모두 동지날에 맛있는 음식을 먹어 기분이 좋다. 그중에는 조선족음식도 있고 한족음식도 있다. 이제 우리는 조선족음식과 한족음식 등에 구애 없이 모두 다 ‘우리’의 음식으로 맛있게 먹는 데 습관되여있다.

내가 중경에 와 살면서 느끼는 게 바로 너무나 다른 지리환경과 기후환경으로 이곳의 음식습관이 북방과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또 어떻게 보면 조선족의 음식습관과 비슷한 점도 있다. 례를 들면 가지를 쪄서 양념에 무쳐 먹는 것이 그렇다. 물론 산초기름(花椒油)을 두어 그 맛이 많이 다르지만 랭채로 버무려 먹는다는 게 비슷하다. 그리고 도마도를 썰어 설탕을 뿌려 먹는 것도, 찰떡[여기서는 츠바(糍粑)라고 부름]을 쳐서 먹는 것도 또 찰떡을 기름에 튀겨 홍탕이나 콩가루에 찍어먹는 것도 비슷하다. 설에도 여러가지 맛있는 료리를 많이 만들어먹지만 북방에서처럼 만두(饺子)를 빛어 먹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한 민족 내부에도 지역적 차이가 뚜렷하고 다른 민족들 사이에도 어딘가 비슷한 음식문화가 있는 것 같다.

한 민족의 음식문화는 그 민족이 처한 자연지리적 조건과 지역적 특성, 사회경제적 여건 등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다. 이렇게 형성된 음식문화는 사회경제의 발전과 더불어 발전, 변화한다. 특히 타민족과의 교류, 과학기술의 발전, 대내외 경제문화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음식은 끼니마다 일상적으로 먹는 일상음식과 의례 때나 명절날 그리고 계절에 따라 특별히 만들어먹는 특별음식, 지역 특산물에 기초해 발전해온 지역음식 등 여러가지로 나눌 수 있다. 조선족은 대부분이 조선반도의 함경도, 평안도, 경상도로부터 중국의 동북지역으로 이주해온 이들의 후손이다. 중국에 정착해 산 지 한세기가 훌쩍 넘었다.

초기 함경도사람들은 두만강연안의 연변과 흑룡강성 동부지역에, 평안도사람들은 압록강연안의 료녕성 동부와 길림성의 집안현, 통화현 등 지역에, 경상도사람들은 길림성의 장춘, 길림 지역과 흑룡강성 할빈시 등으로 많이 이주했다. 이에 따라 조선족의 음식습관은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연변지역과 목단강 등 흑룡강성 동부지역에는 함경도음식습관, 단동과 심양을 비롯한 료녕성 동부지역과 길림성의 집안, 통화 등 지역에는 평안도음식습관, 길림성의 장춘과 길림지역, 흑룡강성 할빈시 등 지역에는 주로 경상도음식습관이 많이 남아있다.

조선반도의 팔도음식중에 함경도음식은 밭작물을 재료로 만든 음식, 특히 감자료리가 발달하였으며 해산물, 산나물로 만든 음식이 많았다. 평안도음식은 국수, 랭면, 녹두지짐, 숭어국, 잉어찜, 참나물국, 백김치, 동치미 등이 유명하엿다. 평안도음식은 너무 짜지도 싱겁지도 않고 맵지도 않은 게 특징이였다. 경상도는 동해와 남해를 끼고 있으므로 해산물이 많아 해산물로 만든 음식이 많았다. 경상도음식은 대개 간이 세고 고추가루를 많이 쓰므로 맵고 짠 게 특징이였다. 경상도음식중에 추어탕이 독특한데 길림지역 조선족들은 지금까지도 추어탕을 즐겨 먹는다.

연변의 조선족음식은 함경도음식의 전통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함경도는 동해안의 해안지대와 대부분 산세가 험한 산간지대로 이루어져 산간지대와 바다가의 자연지리적 환경에 맞게 조, 콩, 감자 등 밭작물; 고비, 취나물 등 산나물과 명태 등 해산물로 만든 음식이 많았다. 특히 감자음식이 발전하여 감자밥, 감자국수, 감자찰떡, 언감자떡 등을 만들었는데 감자음식은 함경도에서 일상음식이였을 뿐만 아니라 잔치나 제사에도 많이 쓰였다고 한다. 함경도사람들은 식재료로 될 수 있는 것이라면 모두 가공하여 음식을 만드는 알뜰한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명태를 머리, 내장 할 것 없이 하나도 버리지 않고 가공하여 명태순대, 창란젓, 명란젓 등 맛있는 음식을 만들었으며, 얼거나 썩은 감자도 버리지 않고 언감자떡, 감자엿을 만들었다. 함경도음식으로는 명태국, 명태식혜, 갓김치, 영채김치, 세치네탕 등이 유명했다고 한다.

연변의 조선족음식을 보면 함경도음식의 특징이 많이 보인다. 길림성의 잡거지역에서 태여나 자란 필자는 1990년대 초반에 처음으로 연길에 간 적이 있다. 그 때 서시장에서 창란젓, 명란젓과 명태, 까나리, 조갯살 등 말린 해산물들을 사서 집에 가져갔던 기억이 난다. 그게 연변에서만 살 수 있는 조선족음식이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물류가 발전해 여기 중경에서도 인터넷으로 조선족음식을 쉽게 살 수 있게 되였지만 그 때는 연변에 가야만 살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였다.

해방후에 연변은 바다와 그리 멀지 않지만 국경이 가로막혀 해산물을 쉽게 구할 수 없었다. 정부에서는 조선족이 해산물을 즐겨 먹는다고 1954년부터 연변과 함경북도 사이에 명태무역을 추진시켜 1970년대 초반을 제외하고 명태무역은 거의 단절되지 않고 이어져왔다. 그래서 명란젓과 창란젓, 명태순대와 짝태볶음 등은 대표적인 연변 조선족음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조선족은 중국의 동북지역으로 이주해와 살면서 새로운 자연지리적 환경에 적응해야 했을 뿐만 아니라 다민족국가라는 새로운 사회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그러는 과정에 동북에서 함께 삶을 영위해온 한족과 만족 등 기타 민족들과 교류하며 그들의 음식문화를 받아들여 조선반도의 음식문화와 구별되는 조선족 특유의 음식문화를 발전시켜 가게 되였다. 그래서 조선족음식문화는 다중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조선반도에서 형성된 전통음식을 발전, 변화시켜옴과 동시에 한족, 만족 등 타민족의 음식문화를 수용하면서 새로운 문화전통을 만들어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개혁개방 이후 많은 조선족들이 한국, 일본, 로씨야 등 나라들을 오가며 그들의 음식문화를 수용하고 있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어지간한 료리는 동영상을 보고 스스로 만들어먹을 수 있다. 지난해 코로나로 고생하며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던 그 때, 전국 각지에 살고 있는 고중동창들이 조선족음식 뿐만 아니라 동영상을 보고 만두(包子), 밀가루튀김(油条), 마라탕 등 한족음식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스파게티, 피자 등 서양음식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그리고 위챗그룹을 통해 서로 공유하며 함께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보는 재미가 있었다.

조선족음식에는 고사리, 도라지, 더덕, 미나리, 달래, 민들레 등 산나물이 많고 명태, 고등어, 칼치 등 해산물이 적지 않다. 조선족음식은 주로 간장, 된장, 고추장, 소금 등 조미료를 쓴다. 료리할 때 파, 고추, 마늘, 생강을 많이 쓰며 특히 연변음식은 내기를 넣는 게 특징이다. 조선족은 한족의 음식문화를 받아들여 고수(香菜)를 고명으로 잘 쓰며, 쌈을 싸 먹을 때도 마늘, 파와 함께 고수를 넣어 먹기도 한다. 국수나 냉면에도 고수를 넣어 먹는다. 그리고 일부 지역에서는 김치를 담글 때도 양념에 고수씨가루를 넣어 맛을 돋구기도 한다. 이는 조선반도와 달리 변용된 조선족 음식이다.

이젠 조선족가정에서도 한족식 볶음료리(炒菜)를 많이 해먹는다. 례를 들면 달걀도마도볶음, 돼지고기마늘종볶음, 건두부고추볶음 등은 일상적으로 우리의 식단에 오르는 음식이 되였다. 한국학자 주영하는 20 세기 한국음식은 식민주의, 전통주의, 민족주의, 국가주의, 세계체제, 세계화 담론이 혼종된 결과라고 본다. 지구화의 흐름에 맞춰 중국조선족음식 역시 자신만의 것을 고집하지 않고 타민족과 타국의 음식에 배타적이지 않다.

중경에서 가끔식 가까운 한족 동료교수들과 돌아가며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먹곤 하는데 우리 집에 오면 김치볶음, 더덕구이, 오징어볶음, 김밥 등 조선족음식을 대접하곤 한다. 그들은 조선족음식에 대해 궁금한 게 많다. 한 동료는 동북에서 대학을 다녀 동북에 각별한 정이 있다. 한가할 때면 틱톡(抖音)으로 연변 조선족음식에 관한 동영상을 많이 봐 조선족음식에 대해 아는 게 많다.

요즘은 조선족학자들과 기업가들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조선족음식문화의 발전을 위해 여러가지 행사를 조직하기도 하고 앞으로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기도 한다. 좋은 일이다. 하지만 때로는 이러한 모임이 조선족사회내에서만 많이 알려지고 기타 지역이나 민족과의 련결고리가 미약한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조선족은 동북지역이나 조선족내에서만이 아니라 더욱 넓은 의미의 중국이라는 광활한 무대를 활용해볼 필요가 있다. 주류민족인 한족이나 기타 민족을 대상으로 조선족의 음식문화를 홍보하고 민족적 특색을 살리면서 그들의 입맛에도 맞는 음식을 개발해 가는 게 앞으로 더욱 큰 발전과 도약을 기대할 수 있는 길이 아닐가?

그러기 위해서는 한족 등 타민족의 음식문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받아들여 우리의 음식문화를 발전시켜가야 할 뿐만 아니라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민족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내 것, 네 것 하는 분별심을 버리고 인류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생태적 위기를 겪으며 건강식품에 관한 관심이 고조되여가고 있는 현시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대에 걸맞게 조선족음식 가운데서 음식맛이나 식품위생,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 홍보하고, 아울러 우리의 음식과 유기농 식품, 건강식품, 테블매너 등 문화적 품격을 홍보함으로써 그 영향력을 확대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래원: 인민넷-조문판(편집: 김홍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