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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칼럼

[정음문화칼럼181] 거목의 탄생과 역할이 기대되는 시대

허명철

2021년 11월 29일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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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말 로투구 소기촌에서 사과배 선조나무 100돐 기념행사가 열렸다. 사과배에 깃든 이야기는 많은 분들도 익히 알고 있겠지만 100년 세월을 겪어온 세그루 나무가 씨앗이 되여 만무과원을 이루고 연변의 명품을 배출해낼 줄은 아마 사과배 창시인으로 불리우는 최창호어르신께서도 미처 상상 못했을 것이다. 원조나무와 만무과원을 련상시켜볼 때 오늘날 우리들이 민족교육의 진로를 탐구하고 민족문화를 지켜가는 데 있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보아진다.

최근 들어 국가통용언어문자 보급과 더불어 조선족학교들에서 불가피하게 교과목과 교재변동을 가져오게 되는데 우리가 지나온 경험을 잘 총화하고 민족교육에 대한 인식전환을 전제로, 다양한 교육의 장을 개척하고 풍부한 교육내용을 개발하면서 교육의 장을 학교만이 아닌 가정과 사회로, 교육의 내용을 지식전수만이 아닌 문화교육과 인격교육으로 확장시켜나간다면 활성화한 새로운 민족교육양식을 만들어갈 수도 있다고 보아진다.

물론 어떠한 문화양식도 그 문화가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는 공간과 그 공간에서 생존하는 문화주체를 필수로 한다. 2003년, 필자는 행운스럽게 로씨야고려인 이주 14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바 있었는데 그번 행사에서 필자는 회의적인 태도로 고려인문화회관 정초식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회관은 그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고려인들의 문화중심으로 되였다. 회관 홀에 걸려있는 티비에는 고려인이주력사를 그려낸 다큐가 실시간으로 방송되고 어른과 어린이 할 것 없이 회관에 드나들면서 민족음악과 무용을 배우고 민속문화를 체험했다. 뿐만 아니라 회관에서 고려인자녀들의 결혼식과 같은 여러가지 행사도 진행되였기에 진정으로 민족문화의 한 거점으로 성장했다.

시대적 격변기를 맞이하는 오늘날 민족교육을 발전시키고 민족문화를 지켜나가고저 한다면 최창호어르신이 키운 원조나무와 고려인문화회관과 같은 문화공간 구축이 필요하지 않을가. 현재 내지로 진출한 조선족구성원들은 나름대로 단체를 결성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해가고 있지만 교육의 대상으로 되고 있는 후대들의 공동체형성은 상대적으로 미약하다. 만약 어른들이 형성한 네트워크가 하나의 실체로서의 문화회관, 문화센터를 확보한다면 이 공간이 하나의 구심점이 되고 거목으로 되여 민족문화가 생존하고 번성할 수 있는 생태계를 이룩하게 될 것이며 주변에 있는 조선족구성원들, 나아가 기타 민족구성원들이 우리 문화를 배우고 체험하는 장을 열어가게 될 것이다. 혹자는 글로벌시대에 민족의 경계가 날따라 희미해주고 민족문화도 상호 융합되여가고 있는 현시점에서 우리가 굳이 조선족문화를 지켜가야 할 리유가 없지 않느냐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우리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우리가 우리 문화를 지켜간다는 것은 ‘우리’만을 지켜가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최창호어르신이 조선반도에서 가져온 과일나무를 당지에 있는 과일나무에 접목하여 사과배라고 하는 새로운 과일품종을 육성해냈듯이 조선족선민들도 쪽지게에 우리민족의 문화를 담아지고 두만강, 압록강을 건너 중국에서 정착생활을 시작하면서 현지문화와의 문화적 접목을 통해 조선족문화라는 새로운 ‘문화산품’을 창출했다. 사과배가 자기만의 특유의 맛과 향기를 풍기듯이 조선족문화도 나름대로의 문화적 원소와 풍격을 지니고 있으며 대체불가한 새로운 문화의 종으로 자타의 공인을 받고 있다. 오늘날에 이르러서 우리민족이 이 땅에서 창출한 문화는 이미 조선족이라는 민족적 경계를 넘어서 중화문화의 구성부분으로, 나아가서 인류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도 등재되여있다. 따라서 조선족문화를 지켜가고 발전시켜가고자 하는 우리들의 노력과 실천은 중화문화의 번영에 동참하고 인류문명의 발전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현재 조선족문화는 한편으로 잊혀져가고 있는 전통문화를 발굴, 정리해나가야 하고 한편으로 현대문화의 도전에 대응해나가야 하는 중대한 시대적 격변기에 처해있다. 위기는 항시 위험과 기회를 동반하고 있는바 이러한 격변기를 조선족문화가 한층 업그레이드되는 기회로 잡을 수 있는가는 우리 모두의 지혜와 자세에 달려있다고 보아진다. 조선족사회구성원들의 사랑과 자각과 동참이 밑거름된다면 우리는 능히 조선족문화가 생존하고 발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이룰 수 있다고 보아진다. 오늘날 연변의 자랑으로 되고 있는 만무과원도 바로 세그루의 모수나무가 거목이 되여 이루어진 것이다. 고향에 남아있거나 내지로 진출한 조선족 개개인이 한포기의 풀이 되고 한그루의 나무가 된다면 내지에서도 쉽게 민족교육과 문화의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자각적으로 거목이 되여 그 역할을 감당해나간다면 도심에서도 능히 조선족문화라는 울창한 숲을 이룰 수 있으며 이런 숲속에서 우리 후대들이 새로운 재목으로 커갈 수 있을 것이다.

래원: 인민넷-조문판(편집: 김홍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