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페지 설정
최신 교육 과학 문화 스포츠 건강 관광 멀티미디어 포토 중국명승 특별추천 【코로나특집】
이달의 칼럼

[정음문화칼럼173] 독일의 기초교육 시스템과 교육철학

리애화(네덜란드 레이던대학교 아시아학 박사과정)

2021년 07월 14일 16:32

【글자 크게 복원 작게】【메모】【프린트】【창닫기
몬테소리유치원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
20세기 80년대 ‘한 자녀 정책’정책이 도입되던 시기, 평범한 조선족가정의 외동딸로 태여난 나는 줄곧 연변에서 나고 자라 대학교까지 마치고 대학원으로의 진학을 위해 한국으로 류학을 떠났다. 그러다가 한국(조선)문학을 공부하러 류학온 지금의 남편(네덜란드계 독일인)을 만났다. 같이 공부하면서 점차 유럽의 대학 시스템과 서구의 연구방법에 관심을 가지게 되였다.그리하여 한국에서의 석사과정을 끝마치고 네덜란드 연구중심대학에서 아시아학(지역학) 박사과정을 밟게 되였다.

몇년전 남편의 리직때문에 독일의 한 대학도시(大学城, Universitätsstadt), 튀빙겐(Tübingen)으로 이사를 와 두 아이를 출산하고 현재 육아휴직상태이다. 독일에서 대학도시라 하면 현지 주민들 대부분이 그 대학교와 련관되여있어 지성인 또는 중산층의 도시라는 인식을 준다. 례를 들면 자연주의생활방식이나 교육법을 고집하고 사회공동체 의식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높은 경향이 있다. 그리고 보통 출산일을 기점으로 부모 중 한명은 원래 다니던 직장에서 아이 한 명당 3년씩 육아휴직기를 가진다

지난 5월 전격 발표된 ‘한 가정 세 자녀’ 허용 정책을 보면서 새삼 량과 질의 전화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대 아이들에게 예전과 같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시대적인 화두인 4차 산업혁명이 오고 있고, 창의성과 문제 해결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대라고 한다. 이에 따라 교육도 변화와 혁신을 통해 미래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아이들에게 상상하고 도전할 기회를 주고 있는가? 언어와 수학 지능이 전부라고 말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독일 유치원의 종류

기초교육(Elementalbereich)

독일은 유치원 교육을 세계 최초로 시행한 나라라고 한다. 최초의 유치원은 프리드리히 프뢰벨에 의해 1837년 독일에서 설립되였다. 오늘날 세계의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유치원은 초등교육의 일부로서 운영되고 있다.

독일에서 만 6세가 되기 전 아이들은 대부분 유치원(Kindergarten)에 다닌다. 취학 전 아이들의 75%는 유치원을 다닌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유치원 전에는 'KITA'라는 어린이집에 다니기도 한다. 그리하여 6세까지 아이는 유치원 및 어린이집(Kindergarten 및 Kita)이나 예비학교(Vorschule)를 다니게 된다.

독일 유치원은 보통 만 1세부터 6세까지 같이 운영하는 곳도 있고 1세부터 3세, 3세부터 6세까지 나눠서 운영하는 데도 있다. 정원은 보통 한 학급에 15명 이내이다. 학급을 담당하는 선생님은 보통 3명정도 배치된다.

유치원의 비용은 각 주정부마다 정책이 다르고 부모의 소득에 따라 달라진다. 즉 도시에 따라 무료로 받을 수 있는 년소득이 다르고, 고소득이면 유치원 비용이 높고 저소득이면 적게 낸다는 말이다. 보내는 시간별로 가격도 다르다. 다자녀가정이면 자녀수에 따라서도 적게 책정되는데, 이는 독일의 다자녀 우대 세금정책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대부분의 유치원이나 예비학교는 일반 공립이다. 례를 들어 시립유치원, 카톨릭 성당 소속이나 개신교 교회 소속 유치원 등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튀빙겐의 경우에는 대학도시이다 보니 독일어, 영어 이중언어 유치원이나 문학 유치원, 과학 유치원 등 다른 도시들보다 좀 더 다양한 컨셉트의 교육프로그람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립 유치원으로는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널리 퍼져있는 발도르프교육이나 몬테소리교육, 그리고 '숲유치원' 즉 자연친화주의 유치원 (Waldkindergarten)등이 있다. 이들을 선택하는 부모가 늘어나는 리유는 시대상황을 읽고 있는 젊은 부모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홈스쿨링은 독일에서 불법이다.

이밖에 가정교육기관 (Familien-Bildungsstätte)이라 불리는 곳이 있는데, 주로 예비 부모부터 취학 전 아동까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여러가지 유익한 강좌와 활동을 제공하고 있다. 례를 들면, 임신, 출산, 육아 관련 지식 강좌, 출산 전후 준비 운동과 회복 운동, 가족간의 모임 (Familien-Treff), 아이의 년령과 적성, 발달 및 놀이 특성을 고려한 창조적 체험활동 (Kreativangebote), 음악적 체험활동 (Musikangebote), 자연적 체험활동 (Naturangebote), 운동적 체험활동 (Bewegungsangebote) 등 다양한 접근과 량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통합되고 균형 잡힌 총체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독일 유치원의 교육철학

독일의 유명한 작가이자 철학자, 과학자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Johann Wolfgang von Goethe)는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두가지를 얻어야 한다. 그것은 뿌리와 날개이다."(„Zwei Dinge sollen Kinder von ihren Eltern bekommen: Wurzeln und Flügel.“)라고 얘기했다. 특히 생후 첫해에는 부모와의 유대감에 중점을 둔다. 안정감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자신을 독립적인 사람으로 점차 인식하는 능력이다. 자녀와 부모의 상호작용에서 운동능력, 언어능력,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사회적 능력을 자연스럽게 개발하고 촉진한다.

미국 소아과 전문의 안젤라 한스콤(Angela Hanscom)은 자신의 저서 《균형과 맨발》(Balanced and Barefoot, 2017)에서 자유놀이가 정서와 신체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과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그녀는 오늘날 아이들은 과거 세대와 달리 점점 약해지고 회복력이 더뎌지고, 상상력이 빈약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더불어 그녀는 교사가 주도하는 구조화된 활동이 아이들의 창의성과 자기 주도적 실행 능력을 떨어뜨린다고 말하고 있다.

콜로라도대학 연구소 볼더 (Boulder) 박사는 학원이나 숙제 같은 구조화된 활동을 많이 하는 어린 아이들이 자기 주도률이 낮다고 보고했다. 반면 자유놀이, 자기 주도적 독서, 도서관이나 박물관 방문 등 비구조화된 활동으로 시간을 보낸 아이들이 자기 주도적 실행 능력이 높다고 보고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독일은 세계 최초로 유치원을 세운 프뢰벨의 나라이자 전인교육(全人教育)을 실천하는 사립교육기관인 발도르프가 탄생한 곳이다. 그리하여 세계적으로 독일식 교육법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이나 독일식 교구와 장난감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독일 교육법은 한마디로 인성과 사회성을 중시하는 자연주의교육법이라고 말한다. 아이가 가지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 계발에 중점을 둔다. 주입식 교육, 학습 중심 교육이라는 말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만큼 독일 내 유치원 경쟁도 국내 못지 않게 만만치 않다. 특히 사립유치원 같은 경우에는 몇 년씩 기다려야 하니 경쟁이 더욱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하여 첫 아이가 태어나 출생증명서가 나오는 대로 현지 시청에 유치원 등록을 했다. 사실 다른 독일 엄마들처럼 육아휴직으로 있는3년 동안 모두 아이한테만 전념하려고 하였다. 그러다가 코로나의 여파인지 희망하던 유치원에서 갑자기 자리가 났다는 통보를 받게 되어, 결국 2살 배기였던 첫 아이를 3살 전에 등원시키기로 결정했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채 완성하지 못한 박사론문을 마무리해야 하고 남편은 강의와 연구 프로젝트로 한창 성과를 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유치원 선택에 있어서는 미리 관심을 가졌던 여러 유치원의 입학설명회와 예약방문을 다녀오고 나서 결정했다. 그러면서 한 유치원을 방문하던 중 한 아이가 따로 방에서 고이 낮잠을 자는 것이 보였다. 그 아이 혼자만 덩그러니 자고 있는 것이 너무나 의아하여 우리를 안내해주는 선생님한테 여쭤봤다. 그랬더니 그 선생님이 얘기하기를 비록 유치원에서 따로 잠자는 시간을 정했지만 아이들이 휴식을 원하면 언제든지 그렇게 할 수 있게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 준다고 한다. 이 아이는 아마 전날 저녁 늦게 취침했거나 당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평소보다 휴식이 더 필요할 수 있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간식도 마찬가지로 원할 때 원하는 만큼 제공해준다고 한다. 그리하여 선생님은 유치원의 모든 아이들을 천편일률적인 돌봄이 아니라 매 아이의 기질과 가정 문화를 존중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우리 부부는 결국 유럽에서 200년이 넘는 력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몬테소리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몬테소리 교육법(Montessori method)은 이딸리아의 의사이자 교육가인 몬테소리가 고안한 교육법으로 아동의 지능과 독립성을 추구하고 있다. 몬테소리 교육은 근본적으로 인간 발달의 모델이며 그 모델을 기반으로 한 교육적 접근법이다. '준비된 환경' 안에서 자유로운 활동을 하도록 하는데 준비된 환경이란 기본적인 인간의 특성, 년령에 따른 어린이의 특수한 특성, 각 어린이의 개성에 맞춘 교육환경을 의미한다.

즉 독립성을 강조하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지식을 갈망하고 충분히 지원하고 잘 준비된 학습 환경에서 학습을 시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성적 및 시험과 같은 기존의 성취도 측정을 권장하지 않는다. 몬테소리는 1900 년대 초 학생들과 함께 과학실험을 통해 리론을 발전시켰다. 이 방법은 이후 세계 여러 지역과 공립 및 사립 학교에서 모두 사용되였다. 례를 들면 다음과 같은 방법들이 있다.

⊙ 규정된 옵션 범위 내 학생들이 활동 선택

⊙ 학생들이 직접적인 지시가 아닌 재료작업을 통한 개념학습

⊙ 전문 교육자료는 플라스틱이 아닌 나무와 같은 자연스럽고 심미적인 재료로 만듦

⊙ 자료가 아이의 손이 닿는 범위 내에서 주제별로 정리되고 크기가 적절한 신중하게 준비된 환경

⊙ 한계 내에서 자유

⊙ 개별적 아이의 특성, 성향, 타고난 재능 및 능력을 관찰함에 있어 경험이 풍부한 훈련된 몬테소리 교사

독일 교육법은 한마디로 인성과 사회성을 중시하는 자연주의 교육법이라고 말한다. 아이가 가지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 계발에 중점을 둔다. 주입식 교육, 학습 중심 교육이라는 말은 찾아볼 수가 없다.

유치원이나 학교 수업은 언어나 수자 학습이 아닌 놀이위주로 진행되는 것이 독일식 교육법의 특징이다. 방과후에도 학습 위주의 공부 대신 취미생활이 되는 음악, 운동 등의 다양한 클럽(서클)에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또한 독일의 학부모들은 아이에게 학습을 강요하지 않으며 아이가 원하지 않는다면 굳이 대학 진학을 고집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면에서 국내 유치원과 독일 유치원 간에는 큰 차이가 있다. 국내 유치원의 경우 산수, 영어, 한자, 문학, 무술 등 어릴 때부터 아이들에게 굉장한 량의 수업과 지식을 가르치려 한다. 게다가 영어 유치원이 따로 있어 부모는 월급의 상당부분을 교육비용으로 지출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 독일은 유치원에서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는다. 독일 유치원은 단지 노는 곳이다. 가끔은 "이 사람들이 정말 선생님이 맞나" 싶을 정도로 유치원 선생님들은 거의, 아무 수업도 안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친구들과 놀면서 자률을 스스로 깨닫고 협동심이라는 것도 스스로 익힌다. 즉 아이들끼리의 질서와 사회성을 알려주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우리의 기준으로 바라보면, 독일 유치원 일과에는 '교육‘시간이 별로 없는 듯하다.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 하루종일 마음껏 논다. 간단한 '수자‘를 배우거나 '글자(알파벳)‘ 따위를 익히는 일체의 교육행위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독일 유치원은 '교육'보다는 도리여 '보육'에 가깝다.

그러나 독일인의 관점에서 이것은 분명한 '교육'이다. 그것은 유치원 교사를 지칭하는 말을 보면 알 수 있다. 보통 독일 학교에서 일하는 선생님은 Lehrer(in)라 한다. '스승, 선생님'으로 번역되는데, 유치원 선생님은 특별히 Erzieher(in)이라고 부른다. Erzieherung이라는 말은 '교육, 훈육', 특히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가장 기본적인 교육'을 말한다. 즉, 유치원 교사는 아이의 가장 기본적인 교육의 틀을 마련하는 '교육자'라고 독일에서 인식하는 것이다. 그리고 독일 유치원에서 아이들은 선생님의 이름을 그대로 호칭한다. 선생님들도 아이와 부모의 이름을 부르면서 호칭한다. 즉 같은 눈높이에서 서로 동등한 인격체로서 대우하는 것이다.

이맘때 아이들은 '놀면서 배운다'는 것, 아니 '노는 것 자체가 배움'이라는 것이 독일의 초기 아동 교육 철학이다. 때문에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소위 '배움'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적다.

아이들이 몰입하고 생각하고 도전하고 만들어보게 해야 한다. 그러면 아이들의 창의력은 놀랍게 향상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현대 아이들이 놀 시간이 없고, 상상할 시간이 없고, 좋아하는 일에 몰입할 시간이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아이들이 자신의 창조적 일에 몰입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길 바래본다.

【략력】

성명: 리애화 (李爱花)

출생년월: 1988.09

소속: 네덜란드 레이던대학교 지역학연구소 아시아학

학력 및 경력:
네덜란드 레이던대학교 지역학연구소 아시아학 박사과정, 연구원, 강사 2015.01-현재
미국 하와이대학교 동아시아학 교환 2013.01-2013.06
한국 고려대학교 영어교육 응용영어학 석사 2011.09-2014.12
한국 고려대학교 국어국문 교환
2009.09-2010.08
한국 고려대학교 아시아문제연구소 인턴
2010.02-2010.08
중국 연변대학교 조선어문학, 조문교육 학사 2007.09-2011.08

현재 김학철의 “격정시대” 영문판을 한국 문학번역원과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번역 출간 중에 있다.
독일 가정집에서 준비한 조선족식 첫돌잔치상

래원: 인민넷-조문판(편집: 김홍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