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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칼럼

[정음문화칼럼145] 《역경》(易经) 속의 고대 중국인의 우주철학관

중국사회과학원 아시아태평양글로벌전략연구원 리천국

2020년 03월 16일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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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의 무협소설인 《사조영웅전》을 보면 강룡십팔장(降龙十八掌)과 같은 무공에는 비룡재천(飞龙在天)이나 잠룡물용(潜龙勿用)과 같은 글귀들이 나온다. 사실 이런 단어들은 중국의 고전 경전인 《역경》(易经)에서 따온 것이다.

밤에는 《역경》을 읽지 말라는 말이 있다. 《역경》을 읽다가 글귀의 뜻을 음미하느라 밤을 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장된 말인 것 같지만 저자의 체험에 근거하면 충분히 그럴 만하다고 생각한다. 송나라 엽채도 《역경》에 대해서 “한가히 창가에서 주역을 읽는데 어느새 봄날이 지나갔는지도 몰랐네(闲坐小窗读周易,不知春去几多时)”라는 유명한 시구를 남겼다.

《역경》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심오한 경전이다. 5천년간 동방세계의 지혜와 문화의 결정체이자 경전중의 경전으로 불리웠다. 고대에는 제왕과 정치가가 필수로 공부해야 하는 책이기도 하였다. 중국의 도교와 유교의 사상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데 로자의 도덕경에서의 많은 문구가 《역경》에서 나왔고 공자도 나이 오십 먹어서도 열심히 연구하며 그 글귀에 해설을 덧붙였던 책이다. 당나라 당태종시절 재상으로 있었던 우세남은 《역경》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은 훌륭한 장군이나 재상이 될 수 없다고까지 했다.

《역경》의 역이란 말은 변역, 불역과 간이라는 세가지 뜻이 내포되여있다. 천지만물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한다고 해서 변역이라 하고 만사가 변하지만 그중에서도 변함이 없는 법칙이 있다 해서 불역, 복잡한 도리를 간단한 모형으로 표시할 수 있어서 간이이라고 한다.

《역경》은 고대 중국인들이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한자의 시조였던 갑골문이 나타나기 전에 고대 중국인들은 단순하게 선과 끊어진 선으로 세상 만물을 표현하였다. 하나의 선으로 양, 끊어진 선으로 음을 표시하고 세개의 선으로 하늘, 세개의 점선으로 땅을, 이렇게 단순한 것 같지만 론리적인 방식으로 표시하다 보니 온 세상이 표기가 되였다. 륙합이라는 여섯 공간을 본 따 여섯개의 선으로 하늘과 땅을 넘어서 해와 달, 산과 늪, 바람과 천둥이 그려졌고 더없이 복잡한 인간세상도 작은 팔괘도 안에 넣어졌다. 현대 컴퓨터의 계산기초로 되는 이진법과 미적분을 발명한 저명한 수학가 라이프니쯔는 《역경》의 음양 이분법이 자신의 이진법과 동일한 구상을 하고 있다고 하면서 극찬을 금치 못하였다.

《역경》 속의 음과 양은 세상의 가장 기본적인 힘으로 대립과 통일의 법칙을 강조하고 있다. 공자와 그의 학생들이 《역경》을 위해 쓴 《계사(系辞)》에는 하나의 음과 하나의 양이 세상의 도임을 해석하고 있다. 《역경》이 말하는 세상은 혼돈 속에서 태극으로, 태극에서 양(하늘)과 음(땅)이 분리되고 다시 태양, 소양, 태음, 소음으로 분화되고 다시 건, 곤, 감, 리, 간, 진, 손, 태의 여덟가지 괘로 분렬하고 다시 64가지 괘와 3백84효로 변해나간다. 《역경》은 우주는 유기적인 전체로서 모든 물질은 그 속에서 변화하고 서로 영향 주면서 그 속에서 새로운 창조로 이어짐을 설명하고 있다. 련속성, 동태성,정체성과 관련성의 4요소를 갖춘 고대 중국인의 우주철학관은 어떻게 보면 현대 우주관과도 상당히 흡사함을 알 수 있다. 지구는 한시도 쉼이 없이 자전과 공전을 이어가며 태양열에 따라 음양이 조절되고 춘하추동이 나타나고 그 속에서 만물이 소생하고 있다. 멀리는 우주공간 바깥과 가까이는 내 한 몸속까지 모두가 괘의 형상으로 되여 있어 모두 괘의 변동임을 나타내고 있다.

64개의 괘의 마지막 괘는 ‘기제’와 ‘미제’로 마무리되는데 이는 모든 사물은 발전하여 종결을 맞이하게 되며 이런 종결 뒤에는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러한 세상의 생생불식(生生不息)은 사실상 대자연의 질서 있는 진화의 법칙이고 생명의 탄생과 발전의 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역경》은 고서인 만큼 수천년에 걸쳐 춘추시기의 공자, 삼국시기의 왕필, 북송시기의 정이, 남송시기의 주희, 청나라시기의 황종의와 같은 수많은 철학자들의 해독을 거쳤지만 그에 대한 해석은 여전히 모두 동일하지 않고 아직도 많은 연구가치를 가지고 있다. 《역경》에 대한 공부는 세상의 신비로움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고 대도지간(大道至简)의 리치를 알아가는 과정이여서 현대인들에 대해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래원: 인민넷-조문판(편집: 장민영)